중증발달장애인의 '자립 희망을 굽는 두리하나다울
작성자
두리하나
작성일
2022-11-09 13:49
조회
294
[피플]중증 발달장애인의 '자립 희망'을 굽는 두리하나다울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 '두리하나다울'은 장애인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굽는다. 두리하나다울을 운영하는 김미희 대표(사진·54세)는 중도 자폐성 장애로 보호작업장에서 적응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카페와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가게를 경영하며 중증 자폐인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두리하나다울'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
두리하나다울은 특별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두리하나다울에 입사하면 제과제빵 생산, 내포장, 외포장, 임가공, 카페 근무 등 여러 가지 직무를 경험하면서 적성에 맞는 직무를 찾게 된다. 카페에서 손님을 상대하는 게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생산실, 포장실에서 근무해보는 식이다. 맞는 직무를 찾는 데 2년 정도 걸린다.
적합한 직무가 없다면 만들기도 한다. 김 대표는 "처음에 오면 여러 직무를 시켜본 뒤 그래도 맞는 일이 없으면 그 직원에게 맞는 직무를 개발한다"며 "쿠키 포장지에 성분 표시를 인쇄할 수도 있지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일부러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했다.
특이한 점은 오전에는 일을 하지 않고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다. 출근 시간은 9시이지만 오전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오후부터 근무를 시작한다. 월요일 오전엔 음악치료, 수요일엔 공예치료, 금요일엔 체육 행사를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엔 생두 선별법, 로스팅하는 법, 커피 드립법 등을 가르친다.
오전부터 근무하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이유는 업무 능률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직원 다수가 중증 자폐이고 자폐 특성상 뛰는 행동 등이 많아 프로그램을 통해 충분히 활동할 수 있게 해줬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니 활동 당일에 업무 능률도 훨씬 높았다"고 했다.
"다 함께 사는 우리"… 두리하나다울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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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대부분의 중증 발달장애인이 일터가 아닌 주간보호센터, 장애인 학습센터 등으로 가게 된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우리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직업평가에서 주간보호센터에 가야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일할 수 있는 곳과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우리 아이도 근무할 수 있다고 생각해 한번 해보자는 뜻으로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제빵을 선택한 이유는 특정 동작을 정확하게 따라 하는 자폐성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김 대표는 각종 자격증을 취득하며 4년가량을 준비했다.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어려움도 있었다. 쿠키를 먹어본 사람들의 피드백에 따라 설탕량을 줄이거나 색도 바꾸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을 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됐다. 두리하나다울은 주문제작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코로나19로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주문이 급감했다. 운영비를 감당하기 위해 김 대표는 카페로 운영하던 주택을 처분하며 대출을 상환하기도 했다. 그는 "개봉동으로 이전해 오면서 집을 팔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감당이 안됐다"며 "우리 아이들이 자립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을 봤다"고 미소 지었다.
'편견'은 접고 '도움'은 펼치고
김 대표는 발달장애인들도 도움을 통해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목표는 지금 적응한 업무 체계를 유지하면서 직원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친구들도 업무에 적응하면 당연히 일터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자리를 찾아간다"며 "혼자 살아갈 때도 그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우리 아이가 만 10년을 이곳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김 대표는 사회가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장애인을 바라봐주기를 바란다. 이런 이유로 카페에는 두리하나다울을 소개하는 안내문이 없다. 김 대표는 "지금 가게에 사람이 많지만 여기가 이런 곳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며 "손님에게 저 직원이 장애인이라고 말하면 '장애인이었어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진짜 장애인 인식개선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대표의 뜻을 공감해주는 사람도 늘고 있다. 두리하나다울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게 그의 자부심이다. 김 대표는 "장애인도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고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발달장애인들을 조금 이해력이 부족하고 성격이 다른 친구라는 걸 받아 들여주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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